일기
여러가지
정말 전혀 통일되지 않은 주제에 대해 주저리 주저리 적어보는 일기 글이다.
도커 찬양
이제 도커 없이는 더 이상 살 수 없는 몸이 되어 버렸다. 더 이상 프로젝트마다 빌드 좀 해보려고 패키지 꼬인거 해결하느라 몸 비틀지 않아도 된다. zsh 지원도 빵빵하니 잘되어서 모르는 커맨드도 겁나지 않는다. 볼륨 기능도 훌륭해서 컨테이너마다 공통 패키지 공유하느라 중복된 커맨드 여러번 날리지 않아도 된다.
이쯤되면 대체 도커 없던 시절엔 어떻게 개발했나 싶기도 하다.
반면 마음 한 켠에선 너무 낭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가끔 든다. 내가 하는 일이 대체 뭐라고, 고작 이런 거 하겠다고 수천 수백만의 (혹은 그 이상의) CPU 클럭, 메모리 I/O, 전류, 이런 비용을 낭비해도 되는 것인지? 코드 한 줄 수정한 커밋 검증하려고 CI가 돌라치면 도커 이미지야 캐싱해놨다 쳐도 컨테이너부터 띄워서 빌드 커맨드 날리고 테스트 하고 기타 등등 … 뭐 이건 너무 회의적인 시각일수도 있겠다. 사실 이런 쪽으로 따지기 시작하면 이 세상에 의미 있는 일이 뭐가 있겠나. 10년 전보다 하드웨어 비용이 엄청나게 값싸졌다는 걸 감사히 여기자.
생각들
요즘 여러 블로그 포스팅을 읽으며 곱씹는 취미가 생겼다. 역시 세상은 넓고 대단한 사람들은 많더라. 이런 훌륭한 사람들이 스스로의 시간을 들여서 본인의 이성적인 깨달음과 감성적인 감상을 압축해서 글로 남기는 건 정말 고마운 일이다. 사실 이런 글들이 늘 옳거나, 혹은 너무도 훌륭해서 반드시 지켜야 할 그런 종류의 것은 아니겠지만, 생각지 못한 깨우침을 준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할 수 있다고 본다.
아무튼 이런 일련의 깨달음과 감상을 곧 태어날 아이에게도 남겨주고 싶다는 욕심이 들어 하나씩 기록해두고 있다. 구글 킵, 노션, 블로그, 북마크 등 저장하는 곳은 산재되고 딱히 내가 소화해서 핵심을 정리하지도 않았지만, 언젠가 이 유리병을 열어보는 날이 오겠지.
커리어
최근에 사내에서 우아한 형제들의 김범준 CTO 의 강연이 있었다. 별 생각 없이 들으러 갔다가 꽤 큰 감명을 받았다. 여러 가지를 얘기해주셨는데, 내가 느낀 중요한 것은 엔지니어도 결국 회사원이라는 사실이다. 평소에 내가 하던 생각과 같아서 쉽게 동의가 됐다. 우리 모두는 회사원이다. 회사원은 궁극적으로 Problem Solver 다. 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가 엔지니어의 경우 프로그래밍일 뿐. 내가 하는 일의 결과물은 코드가 아니라, 어떻게든 비지니스적인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그것은 직접적으로 매출을 내는 것일 수도 있고, 혹은 비용 절감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엔지니어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런 가치가 스스로에게도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야 한다. 일종의 더 큰 물에서 놀아봐야 하는 것일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웹질을 하던 도중 이런 글 과 이 글의 발단이 된 글을 읽으며 내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과연 나는 지금 하는 일에 만족하는지?
욕심
배우고 싶은 기술들, 정확히는 숙달되고 싶은 것들이 늘어간다.
풀-스택 엔지니어의 존재 여부는 미신이라고 생각하지만 적어도 목표로는 할 수 있겠지. bootstrap을 이용해서 괜찮은 웹 UX 도 만들 줄 알고, Django나 Flask 같은 웹 프레임워크로 뚝딱 원하는 서버도 짓고, 로우레벨에서 동작하는 알고리즘들, 예를 들어 레드 블랙 트리나 상태 머신의 동작도 투명하게 알고 싶고, 정규표현식을 하드하게 쓸 수 있을 정도가 되고싶고, 무궁무진한 이맥스의 기능을 더 잘 활용하고 싶고, OCaml 마스터가 되고 싶고, 하나 둘 나오는 최신 기술들, 예를 들면 도커, 도커 컴포즈, ELK 스택, 혹은 BERT 같은 딥 러닝 테크닉들도 익히고 싶고, … 아무튼 야크 털깎기를 하다보면 끝도 없이 알고 싶고 잘 하고 싶은 분야가 늘어만 간다.
그래서 결론은 나도 모르겠다.
인생에 정답이 어디 있겠나.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아지고 있는데 옛날과
달라진 점은,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뭐라도
시도해본다는 점인 것 같다. 도커는 이미 실무에서 엄청나게 쓰고 있고,
햄자에게
라는 북마크 그룹이 생겼고 이렇게 글도 쓰고 있고, 기술적인
내용도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어떻게든 써보고 있다. 저번 글에서도
말했듯, 종이 한 장씩 쌓아 나가면 언젠가는 책 여러 권을 쌓을 수
있겠지. 비슷한 맥락에서 “Done is better than Perfect” 라는 말도
이제는 무슨 의미인지 확실히 알겠다. 앞으로 나아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