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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함

2025-03-19

태그: life essay

요즘 들어 선량함이란 얼마나 중요한지, 그런데 또 얼마나 희귀한지 생각하고 있다. 흔히들 ‘좋은 사람이 되어라’고 말을 하지만, 그게 무엇이고 어떤 것인지 정확한 정의는 불분명한 듯 하다. 사람마다 가치있게 생각하는 것들이 달라서 어떤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어떤 사람에게는 최악의 사람일수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영향력 있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진정성이 담긴 선량함이 아닐까 생각한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미루어 생각해 보았을 때, 좋은 사람은 행동을 계산하지 않고 자신이 가진 것을 베풀 줄 알며 주변에 감사함과 사랑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자신과 타인의 모든 행동을 투자 대비 효율에 근거하여 계산하고 그러한 생각을 말로 뱉고 나아가 다른 이에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사람의 행동은 어쩐지 선뜻 믿음이 가지 않는다. 자신이 가진 것, 그것이 돈이나 명품같은 물질적인 것일 수도 있겠지만 자신이 다른 사람을 위해서 줄 수 있는 것이라면 그 무엇이든, 예를 들어, 굳이 남의 단점을 지적해 드러내기 보다는 더 갈고 닦을 수 있는 장점을 알려주거나, 자신의 위치를 이용하고자 하면 충분히 악용할 수 있음을 알지만 그것을 자제할 줄 알거나, 자신이 상대방보다 여유로운 입장에 있다는 것을 알고 헤아려 주는 것까지, 자신이 행할 수 있는 어떠한 유⋅무형의 가치를 베풀 줄 아는 사람은 주변 사람의 마음을 살 수 있다. 더 나아가서 자신이 이루어 낸 것들이 오롯이 자신만의 능력에서 비롯되었다는 자만함에 빠지지 않고 주변 사람과 환경에 감사함과 사랑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은, 나중에 자신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주저하지 않고 손 내밀어 줄 수 있는 커다란 마음을 사게 되는 것이라고 믿는다. 사실 우리는 이것들을 모두 역사와 도덕 시간에 익히 배워 너무나도 잘 알고 있을 테지만, 실제로 이것들을 행할 수 있는 사람은 글쎄, 남은 기대수명을 살면서 과연 몇 명이나 만날 수 있을지, 혹은 내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면, 이제껏 겪어온 삶으로부터 보간해 보건대 의미있는 답을 선뜻 내리기가 어렵다.

우주적인 관점에서 우리는 찰나 같은 순간을 살다가 갈텐데, 모두가 그 귀중한 순간을 선량함으로 빛낼 수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