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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jaro Budgie (실패)

험난한 리눅스 데스크탑의 길

2020-12-17

태그: dev life

오랜만에 집 데스크탑에 새로운 리눅스 배포판을 시도하다가 장렬히 실패한 기록을 남겨본다.

서론

일단 내가 어떤 OS를 쓰고 싶은지 몇 가지 조건을 생각나는 대로 정리해봤다.

  1. 일단 디자인이 예뻐야 한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은 법. (내가 보기에) 못생긴 UI에서 작업하고 싶지 않다. 개인적으로 이 분야 최고봉은 애플이라고 생각한다.
  2. 드라이버 지원이 잘 되면 좋겠다. 일일이 하드웨어 알아내서 호환되는 드라이버 설치하고 … 사실 하려면 할 수 있고 또 해봤던 일이긴 한데, 이제 귀찮다. 하지만 엔비디아는 직접 설치 해야겠지.
  3. 안정적이면 좋겠다. 여기에는 두 가지가 내포되어 있는데, 사용하면서 크래시가 아주 드물게 발생했으면 좋겠고, 설령 크래시가 나더라도 든든한 개발진이 뒷받쳐줘서 다음 릴리즈에 잘 수정되면 좋겠다.
  4. 쓰기 편하면 좋겠다. 여기에도 두 가지가 내포되어 있는데, 이미 내 손에 익어있는 단축키나 설정을 쉽게 적용할 수 있으면 좋겠고, 이게 안된다면 OS가 디폴트로 제공하는 여러가지 단축키/설정이 설득력 있으면 좋겠다. 마치 이맥스의 키 스트로크처럼.

그럼 그동안 내가 써온 배포판들은 뭐가 있을까? 각 리눅스 배포판에 대한 장단점은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들이 쓴 글이 지천에 널렸으니, 나는 내가 시도하거나 사용해봤던 배포판 및 DE(Desktop Environment) 들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과 경험에만 집중해서 정리해보았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적은 거라 순서에는 큰 의미가 없다.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낭비해온 것 같다(…). 아무튼 여러가지를 써보면서 지금은 우분투+그놈 환경에 정착하였다.

사실 그동안의 배포판 떠돌이 생활은 1번 조건인 이른바 “심미적(aesthetic) 디자인”이 아쉬웠던 게 가장 큰 이유였다. 그래서 애플 및 유사 애플에 대한 많은 시도를 해왔다. 애플에 대해서 잘 모르던 시절에 돈은 쓰기 싫고 해서 해킨토시를 한번 시도해볼까? 했지만 이건 2번과 3번 조건을 매우 위반하는 일이라 당연히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애플의 디자인 철학을 따르는 몇몇 리눅스 배포판을 시도해보기도 했지만, 이런 배포판들은 1번 조건 외에는 잘 지켜지지 않았고, 결국 항상 개발 머신에는 2, 3, 4번만을 만족하는 우분투가 깔려 있었다.

그러다 어찌저찌 맥북을 사용하게 되면서 1번은 정말 만족스러웠지만, 생각보다 나머지 부분이 아쉬웠다. 2번이야 애플은 지들이 만든 하드웨어만 지원하면 되니까 애초부터 논외이고. 의외로 3번과 4번에서 개인적으로 다사다난한 일을 겪었고, 결국 맥북은 중고로 팔게 되면서 다시 리눅스 배포판을 찾아 떠돌아 다니게 되었다.

만자로 + Budgie

그러다 얼마전부터 다양한 이유로 아치 리눅스 계열 파생 배포판인 Manjaro(이하 만자로), 특히 Manjaro Budgie에 대한 관심이 깊어졌는데,

도저히 궁금해서 참지 못하고 결국 만자로+Budgie를 시도하게 되었다.

물론 결과는 제목에서 보듯이 장렬하게 실패했는데,

여기까지 대략 3시간에 걸친 삽질 끝에 만자로 Budgie 1차 시도는 실패로 결론지었다. 역시 리눅스 데스크탑의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하지만 잠깐 사용해본 소감으로는,

결론적으로 이번에는 실패하였지만, pacman 과 Budgie를 (잠깐이나마) 직접 사용해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둘 다 꽤 내 취향이다. 그래서 다음 업무 환경을 꾸릴 때에는 Ubuntu Budgie를, 취미 머신에는 pacman 사용을 위한 아치 계열을 시도해보기로 하였다. 이 정도면 3시간 삽질한 것치곤 수확이 있다 할 수 있겠다.

이렇게 또 하루가 간다.


  1. 하지만 최근에 다시 물어본 결과, 2번과 3번 조건이 만족스럽지 못하거나, 환경적인 이유, 그리고 특정 프로그램의 하드웨어 지원 이슈 등으로 모두 메인스트림인 우분투와 윈도우로 돌아온 것을 알게 되었다 (…) 

  2. 아무래도 만자로 Budgie가 Official 은 아니라서 그럴수도. 

  3. 그렇다. 만자로는 커널만 따로 버전을 바꿀 수가 있다! 커널 버전과 배포판 버전이 커플링되어 있는 다른 배포판과는 다른 흥미로운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