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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 철학
개똥철학
(First release)
2017-03-28
(Last update)
2024-03-27 10:01
태그: think
얼마 전 연구실 컴퓨터를 데스크탑으로 바꿨다. 원래 쓰던 개인 랩탑을 너무 고생시키는 것 같기도 하고, 우분투 와이파이 드라이버 버그인지 간헐적으로 네트워크 매니저가 뻗어서 종종 재부팅을 해줘야 하는 상황이 오는 것도 달갑지 않았고, 책상도 좁고, 기타등등의 이유로.
그러면서 원래 듀얼로 쓰던 모니터 하나로만 작업을 하게 되었는데, 이게 생각보다 여러가지 측면에서 편하고 좋았다. 그러다 마침 오늘 해커뉴스에서 “왜 나는 여러개의 모니터 쓰는 것을 관뒀는가”라는 글과 반응을 보게 되어서 기록해본다.
왜 나는 여러개의 모니터 쓰는 것을 관뒀는가
Cory House라는 개발자가 하나의 모니터를 쓰는 것이 여러개의 모니터를 쓰는 것보다 다양한 측면에서 더 낫다고 주장하는 글이다. 몇 가지 흥미로웠던 부분은 다음과 같다.
집중
- 사람은 한번에 하나의 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
- 모니터 여러대로 여러개의 작업을 동시에 하는 것은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 한 모니터로 작업하는 와중에, 다른 모니터에서 메일, SNS 등이 눈에 보이면 집중하기 어렵다.
- 굳이 이게 아니라도 우리 주변에는 온통 집중력을 산만하게 하는 것들 투성이다(매우 동의).
- 하나의 일에 길게 집중하는 것을 ‘Deep Work’라고 하는데 아주 중요한 기술이다(관련 책도 있는듯).
가상 데스크톱
- 가상 데스크톱을 하나의 ‘물리적인 모니터’ 취급하면, 작업 단위를 구분하는데 문제가 없다.
- 가상 데스크톱 사이의 전환이 비싸지 않다. -> 글쎄. 고개만 돌리면 되는 물리적인 환경에 비하면 가상 데스크톱 단축키를 눌러서, 지금 내가 있는 가상 환경이 몇 번인지를 외워야 하는 일은 꽤 비용이 비싸다는 생각이 든다.
작업 흐름 통일
- 바깥에서 랩탑으로 일하게 되는 경우, 필연적으로 모니터가 하나인 환경일 수 밖에 없다.
- 애초부터 모니터 하나로 일하면, 랩탑에서 일하든 데스크톱에서 일하든 동일한 환경이라서 작업 흐름에 통일감을 갖는다.
결론
- 적은 것이 더 좋다(Less is more).
- 양보다는 질(Quality over quantity).
- 위치가 제일 중요하다(Location, location, location).
해커뉴스
재밌었던 반응 몇 개가 있었다.
- 저자가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것으로 예시를 들었던 SNS, 채팅 앱 등 소위 ‘딴 짓’을 많은 미국/유럽 회사에서도 한다는 것.
- 의외로 하나의 모니터를 써서 작업에 대한 ‘집중’을 높일 수 있다는 말에 대해서 동의하는 반응이 많음.
- 모니터를 여러개 쓰는 것은 유닉스 철학을 위배한다는 것. (!)
- 의외로 많은 외국인들이 LG 모니터를 쓴다는 것.
2017년의 생각
- 목이 편함: 모니터를 두 개 쓰면 자세가 애매해져서 고개를 어디로 둬야할지 모르는 시점이 반드시 오는데, 이 자세가 누적되다 보면 목에 꽤나 무리가 가는 것 같다. 반면 모니터 하나만 쓰면 정자세로 하나의 모니터만 보게 되어서 그런 일이 드물다.
- 집중을 더 잘하게 됨: 나는 순간 순간의 집중력은 좋을지 몰라도, 길게 집중하는 것은 잘 못하는 사람이다. 모니터가 하나 더 있을 때는 뭔가 산만한 탓에 집중을 하는 시간이 짧았던 반면, 모니터 하나에 전체화면으로 작업 하나만을 띄우고 있으니 강제로라도 집중을 길게 하게 되는 것 같다. 착각일수도.
- 책상이 넓어짐: 겸사겸사 청소하기도 했지만, 원래 쓰던 랩탑을 편한 눈높이에 맞추려고 쌓아둔 박스며, 랩탑 쿨러며, 랩탑과 모니터를 연결하기 위한 지저분한 선들이 사라져서 책상이 굉장히 넓어진 기분이다. 덩달아 시야에 산만한게 없어서 마음이 편해졌다.
2024년의 생각
이제 직업 프로그래머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다시 한번 모니터와 관련된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 멀티 플랫폼 개발로 인한 어쩔 수 없는 듀얼 모니터. 업무적으로 윈도우와 리눅스를 모두 써야해서 어쩔 수 없이 모니터를 두 대 이상 사용하게 된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배리어 덕분에 키보드/마우스는 하나만 연결해도 된다는 점?
- 모니터를 여러개 쓰더라도 중심이 되는 모니터 하나에 세팅을 맞추게 된다. 주로 리눅스랑 연결된 모니터를 메인으로 쓰고, 윈도우에 연결된 모니터는 곁다리로 잠깐씩 쓰는 식. 최대한 바른 자세로 앉아있으려고 노력한다.
- 모니터의 높이를 맞추는게 생각보다 중요하다. 일단 모니터가 높이 있을 수록 좋고, 모니터 두 개의 높이가 같아야 전환할 때 이질감이 없다.
회사와 별개로 집에서는 맥북에 모니터를 연결해서 계단 식으로 모니터를 정렬해서 쓰는데, 오히려 모니터 두 개를 나란히 쓰는 것보다 이게 더 좋은 것 같기도 하다.